wd.jpg우린 ‘만화영화’를 참 많이 보고 자란 세대다.

마징가Z, 철인28호, 독수리5형제, 캔디, 빨강머리앤, 은하철도999, 개구리왕눈이, 그랜다이져, 붕붕, 케산, 밍키, 아톰, 원더우먼, 원탁의기사, 메칸더V, 바람돌이, 마린보이, 코난, 짱가, 천년여왕, 별나라 손오공, 에스테반, 통키, 하록선장 그리고 에반게리온. 태권V, 황금박쥐, 똘이장군, 우뢰매, 설까치, 독고탁, 날아라 슈퍼보드, 둘리, 마루치 아라치, 달려라 하니, 마리이야기, 블루시걸, 아마겟돈 그리고 원더풀데이즈.

정확할지는 모르겠지만, 위는 우리나라 제작 만화가 아니었고, 아래는 우리나라의 만화다. 우리가 자라던 70~80년대 우리의 사춘기를 간지럽히고 꿈을 심어주었던 만화영화의 대부분은 사실 우리나라의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난 고등학교에 가서야 알게 되었다. 그때의 충격은 사실 상당했다. 당연히 우리말로 더빙이 되어있고, 사람 이름이며, 지명 심지어는 간판까지도 한글이었으므로! 하지만, 물론! 우리에게도 자랑스러운 대한민국표 만화영화가 있었다. 단편부터 장편 만화영화까지.

태권V. 근래에 와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태권V를 만든 김청기 감독은 마징가Z의 모티브를 차용, 매커닉들과 스토리만 약간 변경함으로써 태권V를 창조했다고 했다. 그것은 아마 당시 애니메이션이라는 미국과 일본의 작품들을 접해왔던 비평, 평론가들로부터 숱한 혹평을 감수했던 하나의 시도였고, 김청기 감독은 어찌되었든 우리의 캐릭터라는 태권도와 매커닉을 절묘하게 결합한 태권V의 탄생으로 인하여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그는 대한민국의 애니메이션계를 짊어지고갈 인재로 등용되었다. 그는 똘이장군, 마루치아라치, 태권V시리즈, 그리고 또 하나의 ‘표절’작인 스페이스 간담V와 우뢰매까지. 김청기 감독은 대한민국의 애니메이션 산업이 중흥을 이루는 그날까지 만들고 또 만들었다.그래서 어찌 되었든 우리는 그의 작품을 코묻은 돈으로 표를 사서, 좁디 좁은 3류개봉관에서 줄을 서가며 태권V가 나쁜 놈들을 때려부수고 승리할때 함께 기뻐하고 열광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자.

원더풀 데이즈는 참 서운했다.

호평, 혹평 둘다 가능하다고 하지만, 개인차라고 하지만, 나는 절대 원데에 등을 뚜들겨주고 싶지는 않다. 정말 김문생 감독은 자신이 낳은 자식 원데 아니 다음에 또 낳게될 자식들이 어떻게 커나가길 바라는 것일까. 트레일러, 홈페이지, 광고 나름대로 볼건 다 봤다. 하지만, 나로 하여금 이 영화를 보게 이끈건 단 하나였다. 대한민국표 애니메이션. 사실 웬지 기대는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 나도 모르게 영화관에서 국화꽃만발함 사이로 ‘원더풀데이즈’라는 자막이 나갈 때까지만 해도 기대 만빵이었다. 캐릭터 자체가 갈 수록 인상에 남지 않는다는 서운함은 사실 포스터를 보자마자 버렸다…-_-;; 그래도 난생 처음 보는 것들이 있으니까. 우뢰매와 바이오맨 등에서 보던 어설픔이 아니었으므로 즐거워했다. 바이크씬과 몇 몇 탈것들. 상당히 이국적이고 사실감 넘치며 화면 구성 또한 속도감을 어느정도 느낄 수 있었다. 작년엔가 바탕화면으로 다운받은 하늘이 멋진 배경으로 나온 이미지 보다 10배는 멋진 하늘도 보였다. 뭔가 석연치 않아도 한국표 애니라는 이름하나 만으로 열광하고 싶었다. 에반게리온, 월령공주, 토이스토리, 다 가라. 쒸. 우리도 이제 원더풀데이즈가 있다… 라고 극장문을 나설 때 그런 뿌듯함을 안고 싶었다. 하지만,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원데는 서운함을 주었다.

1. 더빙

아주 성우들을 때려주고 싶었다! 특히 제이역을 맡은 사람과 수아역을 맡은 주연급 성우들을. 제이와 수아는 정말 감정이 없는 동물들인가? 시종일관 낮은 톤으로 재회를 하든, 총질을 하든, 말쌈을 하든, 누가 죽든. 계속 그 톤이 그 톤이다. 어릴때 거슬리다고 생각했던 슈퍼보드의 손오공과 저팔계의 목소리가 난 그리웠다! 그들의 감정은 차라리 귀여운 오바였다. 하지만, 무려 100억원이라는 제길 평생 만져보지도 못할 만큼의 어마어마한 돈을 들인 애니의 성우를 알바를 썼나??? 그래도 중간에 일어나지 않고 끝까지 지켜보게 만든건 조연들의 ‘빛나는?’ 목소리 때문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2. OST

왜 엄한 다리 긁나? 모르겠다. 내가 음악을 모르는건지, 영화를 모르는건지 여튼 원데의 OST는 꽤나 심오했다. 긴장해야할 부분에서 절대 긴장감을 북돋아주지 않았고, 뻘쭘하게 흐르는 장면에서 연이은 하품이나 해야했고, 슬퍼야할 장면에서 슬프게 들려야할 아리아는 귀를 아프게하는 소음뿐이었다. 내가 음악을, 영화를 모른다고 해도 좋다. 내게 원데 OST는 적어도 영상과 함께 붙어먹었을 때, 절대 영화에 ‘푹’ 빠져버리게 만들지 못했다.

3. 집중

클라이막스를 찾지 못했다. 이는 원데에서 가장 빈약한 부분이라고 해서 날 미워해도 어쩔 수 없다. 딱 한가지만 예를들어, 나름대로 클라이막스인 날틀타고 수아가 잠입하는 과정에서 정말 별 문제 없이 너무 쉽게 잠입한다. 그러고 나쁜놈 부두목(-_-;;)한테 갑자기 총 띡 맞고 쓰러진다. 차라리 초반에 멋드러진 바이크씬이나 정말 다시 보고픈 WONDERFUL한 하늘을 보여주질 말던지. 스토리가 너무 서정적이다. 너무나… 그래서 연신 하품만 해댔다. 정말 일본 애니와 비교하고 싶지는 않지만, 애바와 같은 거대한 서계관을 보여줄게 아니라할지라도 대사 하나라도 빼먹으면 아쉬워할 그런 집중을 왜 만들지 않았을까…


 

어느 글에서 누군가가 아마겟돈, 블루시걸, 오세암, 마리이야기 이젠 원데까지. 언제까지 애국심만으로 우리의 무거운 발걸음을 극장으로 가게 만들것이냐라는 비슷한 말을 본 것 같다. 비참하다는 생각은 아니지만, 서운하다. 비록 애니메이션 매니아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보고픈건 다 봐왔던 나였기에 또한 쫌생이같은 애국심 때문에 더더욱 서운했다. 다른 나라에서도 애니메이션으로 그만큼 투자 받기 어렵다고 하던데, 그 돈은 결국 다음 국산용애니를 위해서 열심히 연구하고 연습하는데 쓴 모양인가보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원데 다음 애니도 극장에 가서 보게 될 것이다. 우리의 애니가 이나라 저나라 수출해서 유명해지기를 기다리는게 아니라, 내가 태권V를 만나던 설레임을 기억하기 위해서, 그리고 내 아이들이 나와 같은 그런 설레임을 기억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난 또 ‘그날’을 기다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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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영화를 좋아하고, 여전히 게임과 레고에 빠져있으며, 그래도 책 읽기를 좋아하는 딸바보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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