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야. 안녕!
오늘은 엘리랑 하루를 같이 보낸 봄날의 일요일이야. 아침엔 회사를 가야 한다는 엄마랑 떨어지기 싫어서 엄마를 따라간다고 엄마 껌딱지라고 울었지만 엄마랑 이야기하고 또 엄마를 잘 보내주는 대견한 엘리였어. 엄마를 보내고 우리는 샌드위치를 만들었고 엘리는 거의 먹지는 않았지. 만드는 건 좋아하는데 먹는 건 좋아하지 않는 우리 엘리.
잠깐이었지만 오랜만에 우린 옥토넛 놀이를 했고 키도를 가면서도 우린 대장과 대쉬놀이 하면서 즐겁게 키도에서 잠깐 해어지고 아빠는 부근 커피하우스에서 엘리를 기다리며 이렇게 편지를 써.
어제는 엘리가 이렇게 말했어.
난 우리집이 싫어. 우리집이 제일 싫다구…
집이 좁으니까 치우면서 놀아야 한다고 짜증 섞인 아빠 말을 듣고 엘리는 그렇게 말했지. 아빠는 그렇게 말하면서 우는 엘리를 안아주긴 했지만 엄마도 아빠도 마음이 아프고 생각이 또 많아졌던 어제였어.
더 크게 뛰고 더 넓게 움직여야 할 우리 딸인데 늘 무언가 답답했던 것 같아. 엘리가 그걸 느끼지 못할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렇게 말할거라고도 생각하지 못해서 아빠는 그냥 안아줄 수 밖에 없어서 참 미안했어. 우리가 김포에서 살 때 처럼 조금 더 넓은 거실과 넓은 방에서 숨바꼭질도 하고 장난감을 어지럽혀도 될 만큼 그런 집에서 살고 싶은데 말야.
아빠랑 엄마는 어릴 때 좁은 집에서 살았어. 엄마는 이 집에서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 그리고 엄마 이렇게 4명이서 엄마가 20살 넘게까지 말야. 아빠는 목동 할머니랑 좁은 집에서 둘이 살 때도 많았고. 그래서 엘리도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오히려 엄마 아빠가 그렇게 어린 시절을 보내서 불편하고 답답했던 것들을 잘 알고 있어서 좀 더 넓은 공간에서 엘리가 살기를 바라지. 그런데 그렇게 살려면 엄마랑 아빠가 조금은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꽤 있더라구. 오늘과 같은 현재가 중요한지, 내일과 같은 미래가 더 중요한지를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 김포에서 살면 더 넓고 깨끗하고 엘리의 네버랜드도 더 예쁘게 꾸며줄 수 있는데 그러려면 엄마 아빠가 서울에서 살면서 얻게되는 좋은 경험들을 조금 포기해야 하거든. 아. 물론 엘리도 그렇지.
그래서 우리는 여기에서 조금 더 지내야해. 오히려 엘리가 조금 더 컷을 때 더 재미있고 의미있는 공간에서 지내게 하려고 오늘이라는 현재 보다 내일이라는 미래에 그 공간을 마련하려고 노력하고 있어. 당장은 조금 어렵거든. 엘리가 엄마 아빠를 위해서 지금도 엄청나게 이해해 주고 있는 것도 너무 잘 알고 있어서 더 이해해 달라고 말하지는 않을거 같아. 지금도 너무 많이 이해해주고 있는걸.
그리고 아빠가 엘리에게 고백할게 있어. 아빠가 몇 달 전부터 회사 일이 많아져서 늦게 오는 날이 많아졌고 그래서 엘리가 아빠에게 투정도 늘었다는 것도 알고 있지. 그래서 매일 매일 하던 역할놀이도 줄어들었고 또 파곤하다는 핑계로 엘리랑 책도 덜 읽고 덜 같이 놀아서 아빠 마음 속에 늘 미안함이 자리잡고 있어. 아빠 체력이 눈에 띄게 약해져서 그래. 응. 핑계야 핑계. 그렇다는거야. 뭐 아빠는 지금 45살이라는거야. 그냥 참고하라는거야…
곧 엘리를 데리러 가야할 시간이다. 오늘도 어제보다도 사랑해. 하늘만큼 땅만큼. 아니, 오늘은 이천사백삼십구척팔백이천구만천백 만큼 사랑해. 엘리도 그렇지? 또 재잘재잘 재미있는 키도에서 이야기 아빠에게 들려줘야해? 오늘도 아빠랑 물놀이랑 샤워하고 책도 읽고 행복하고 따뜻하게 안아주며 잠들자. 내사랑.
@2020년 4월 12일 / D+ 1,7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