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와 딸이 아침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서자마자 YG와 JYP의 책걸상을 들으며 읽고 싶은 책들을 고르고 알라딘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다. 상환부장님을 만나서 그가 추진하려는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해 들었고 내가 그간 힘들었던, 상환부장님과도 교집합이 있는 이야기들을 함께 차를 마시고 식사를 하고 다시 차를 마시며 들려주었다. 내가 가진 장점이 상환부장님을 만났을 때 더 또렷해짐을 다시 느끼고 해볼까 말까를 그 즉석에서 빠르게 고민을 했다.

유치원으로 엘리를 데리러 갔다. 에릭을 실물로 만났고 그는 ‘드디어 만났네요’라고 한국어로 반갑게 인사해 주었다. 아이들 하교와 딱 맞물려 정신이 없는 가운데 엘리는 신나서 소리를 지르며 뛰어 나왔고 내 손을 잡아채서 계단으로 내려가야 했었다. 집에서 엘리는 손을 씻자마자 카카오 동화를 들으며 숙제를 시작했다. 녀석과 약속했던 늦은 저녁 한강공원에 가기 위해서 숙제를 서둘러야 한다는 생각을 한걸지도 모르겠다.

아쉽고 안쓰럽게도 와이프는 피곤한 목소리로 늦을 것 같다고 했고 나는 엘리를 데리고 둘이 다녀오겠노라고 했다. 나름 피크닉을 위해 간식과 장난감 그리고 돗자리 등을 챙겨서 우리는 한강 공원으로 떠났다. 생각보다 길고 어려웠던 한강 다리(천호 대교였다)를 건너면서 둘은 옅은 두려움을 느꼈고 어렵사리 다리를 건너고 다리 아래 공원으로 내려가면서 우리는 안도하고 즐거워하기 시작했다. 돗자리를 펴고 짐들을 풀고 간식을 먹고 연을 조립해서 연을 날리고 사진을 찍고 대화를 하고 장난을 치고 킥보드를 타고 하늘을 보고 강을 바라봤다. 흔하디 흔한 경험이었어야 하는데 나는 수 많은 핑계로 이걸 미뤄왔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녀석은 크게 웃다가 진지했다가 자신이 레이디버그로 빙의한 것 처럼 ‘난 아빠 딸이 될 자격이 없어…’ 라며 풀이 죽어 있다가(자기 생각엔 자기가 연을 못 날려서 아빠 딸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의미였다…) 눈물을 흘렸다가(이것도 연기임…) 그렇게 다양한 움직임과 감정이 일렁이던 늦은 저녁이었다.

택시를 타고 집에 오니 와이프도 막 집에 귀가한 상태이고 엘리는 남은 숙제를 하고 나는 오늘 도착한 책 중에 엘리가 먼저 읽으라고 골라준 책을 집어들고 읽기 시작했다.

오늘은 좀 빨리 잠이 들 것만 같았다.

@2021년 8월 13일 / D+2,2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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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영화를 좋아하고, 여전히 게임과 레고에 빠져있으며, 그래도 책 읽기를 좋아하는 딸바보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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