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서 11시 와이프 통곡 마사지 가기 전까지 씻고 뽈링이랑 잠깐 놀고 와이프가 운전해서 선정릉역으로. 50분 정도 와이프가 마사지를 받는 동안 뽈링이와 또 단 둘이. 한 20분 정도는 잘 지내고 나머지 30-40분을 대성통곡하는 뽈링이. 엄마와 아빠가 함께 있으면서 뽈링이를 보는 것과 엄마가 아예 시야에서 사라진 몇 십분이 뽈링이에게는 엄청 두려운 일인가보다. 30분을 계속 안고 있었는데 눈물 범벅이 되도록 울어제끼는 뽈링이. 엄마를 보자 마자 또 대성통곡. 에이고야.
점심은 아주 오래간만에 오발탄에서 양밥. 결혼전에는 꽤나 다녔는데 무척 오래간만에 양밥과 차돌된장. 와이프는 차돌된장이 느끼해서 사실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
와이프가 차를 몰고 우리는 속초 델피노로 출발. 80-100km 사이로 와이프는 안정적으로 달리고 뒷자리에서 뽈링이를 보며 손으로 햇볕도 가려주고 자는 모습도 찍고 와이프와 도란도란 행복한 이야기들도 나누고. 무사히 휴게소까지 와서 통감자에 맥반석오징어에 커피까지 사서 차안에서 둘이 즐겁게 나눠먹고. 그동안 여람이는 계속 주무심.
휴게소를 나와서 어느 톨게이트였을까. 어머님 전화에 즐거운 마음이 싹 가셨다. 어제 휴대폰 때문에 전화하셨던 일이 뭔가 계속 마음에 남아있으셨는지 와이프가 어제 그렇게 전화를 끊고 다시 전화하지 않으신거에 진노하셨다. 에효. 운전을 하고 있었고 그랬기 때문에 운전 미숙한 지혜가 차를 몰고 뽈링이까지 태우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드리면 또 걱정하실테고 그렇게 와이프 운전하는 기회가 없으면 내가 옆에 있을 때 운전 연수를 해야 하니까 등등의 너무 많은 이유들이 있는데 어찌 다 그 짧은 통화에 이야기를 할까. 어머니도 마찬가지의 상황들이 있으셨겠지만 쓸데없는, 안그래도 되는 엄마의 자격지심. 그리고 그런 단어와 문장을 들을 때마다 더욱 더 화가 나는 화를 참지 못하는 나. 왜 내가 와이프를 싸고 도냐고. 시어머니 노릇을 그렇게 하시고 싶으신걸까. 늘 현재에 충실하게 살려고 애를 쓰고 어머니와 관련된 일이 시작되면 마칠 때까지 아무것도 못하는 못난 아들에게 꼭 옛날 시어머니 같은 홀어머니가 아들 빼앗긴 기분을 그렇게 표현하셔야 하는걸까. 어머니도 속상하고 참는 날이 많으셨다지만 왜 그걸 자격지심처럼 말하고 느끼시는지 이제는 여전히 이해하기가 싫다.
화가 가라앉지 않은 상태에서 내가 차를 몰고 속초 델피노에 도착. 오는 30km 부터는 안개와 비를 동반. 속도가 주체 안되서 중간에 비상깜박이도 켜고 달렸는데 와이프와 뽈링이 숙면. 도착해서 짐을 풀고 뽈링이 찌찌 멕이고 우리도 저녁을 먹으러 이동. 비가 와서 산책은 개뿔. 김치삼겹살전골을 너무 맛있게 먹었는데 와이프는 중간에 뽈링이가 안자서 여기저기 움직이다가 결국 안고 자리에서 수유. 밥은 제대루 먹은 것 같지 않고 배만 채우신. 그 와중에 나는 소주 반병. 둘이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한잔 주거니 받거니 할려고 했는데 엄마도 뽈링이도 안도와줌. 편의점에서 간식거리 조금 사고 숙소로 복귀.
와이프는 어머니가 또 걱정되셨는지 전화드림. 다 풀리지는 않으셨겠지만 와이프가 전화드릴까? 했던 물음은 선견지명. 나는 책을 한 챕터 읽고 와이프는 뽈링이 젖병 삶고 뽈링이 다시 꿀잠하는 동안 우린 올곧이 수요미식회에 집중. 고마워. 우리딸. 그리고 내 사랑하는 여자들은 취침… 하려다 뽈링이 깨셔서 다시 수유. 나는 일기.
그래도 오늘도 나에게는 행복한 날. 차가 있어서 멀리까지 두 여자가 편하게 올 수 있었고 카드가 있어서 맛있게 저녁을 먹을 수 있었고 와이프가 있어서 내가 가진 것 중에 가장 아름다운 우리딸을 만날 수 있었고 우리딸 덕분에 내가 24시간 동안 어느 때 보다 훨씬 더 많이 웃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2015년 11월 11일 / D+10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