뽈링이가 새벽에 또 토했다. 토닥토닥해주고 안고 있다가 재우기는 했지만, 저 어린 것의 토가 영 마음에 걸릴 수 밖에. 위의 크기 보다 먹는 양이 많아서 이거나, 아니면 위 자체가 아직 소화를 빠르게 시킬 만큼 발달하지 않았거나일텐데, 와이프는 트름을 잘 시켜주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는가 보다. 매일 매일 새벽에 비몽사몽 젖을 주고, 안고, 트름 시키고, 여간 쉬운일이 아닌데, 뽈링이가 잘못되면 작은 사소한 것도 엄마는 그게 자기의 잘못인지 전전긍긍하는게 우리 와이프의 힘듦이 새삼 또 미안하고 고마워졌다. 토닥해 주고 재우고 나니 7시. 이렇게 시작한 하루.
11시에 강남구청에서 알바 미팅이 있다는 와이프 덕분에 10시에 일어나서 하루를 준비. 내가 집에서 뽈링이를 혼자 볼까 고민했었는데, 사실 그간 너무 바깥 출입을 많이 한게 아닌가, 혹시 뽈링이 정서에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어제 어머니와 와이프의 통화에서 ‘떡애기’를 너무 데리고 나가는거 아니냐는 말씀도 걸리기도 해서. 하지만 결론은, 데리고 나감. 탐앤탐스에서 뽈링이랑 셀카도 찍고 안아주고, 놀아도 주고 30~40분 지나니 와이프는 미팅 종료. 그래도 짬짬히 작업을 해서 조금이라도 돈을 벌어보려는 와이프를 하지 말라고 할 수도, 하라고 할 수도 없는 마음은 참. 오묘한 마음이다.
그리고, 빗길을 뚫고 달리다가 사무실 근처에 주차를 하고, 와이프는 뽈링이 젖을 먹이기 시작. 젖을 먹이는 동안에 기사를 보는데, 정형돈이 불안증세로 무한도전과 기타 프로그램들을 잠정 하차한다는 기사. 묘한 동질감은. 그동안 많이 힘들었겠구나. 짜여진 틀에서 매일, 매주를 살아야 하고, 일은 더 많아지고, 관계는 더 넓어지는데, 어느 관계는 더 깊어지고, 감당하기 어려웠을테고, 쉬고 싶고, 쉬고 싶었지만, 차마 break를 할 수 없는 마음. 정형돈에게 문자 하나 보내주고 싶었다. Break는 옳은 결정이라고. 그냥 쉬라고.
집에 와서 와이프 조리원 동기 내외 그리고, 그들의 딸을 만남. 뽈링이가 훨씬 예쁘긴 한데(우리 딸이니까!), 뭔가 발달이나 발육이 뽈링이 보다 크고 빠르다. 빠른건 사실 부럽지 않은데, 큰 건 부럽다기 보다는 혹시 와이프가 괜한 조바심을 느낄까봐. 그런 생각은 아니었으나, 비교가 될 수 밖에. 그들의 삶의 이야기도 살짝 나누고, 닭강정도 나누어 먹고, 포도도 먹고, 차도 마시며 육아와 살아가는 이야기. 일면식 없는 사람들인데, 아이에 대한 이야기로 출발하고, 비교적 비슷한 일수만큼의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동질감이 대화를 이어가게 만든다. 아이는 참 굉장한 힘을 갖고 있다.
남편표 김치볶음밥으로 늦은 점심을 마치고, 와이프는 뽈링이와 낮잠을 주무시고, 뽈링이가 중간에 깨서 데리고 물고 빨고, 대화하고, 바운서에서 놀아주고. 확실히 자다가 일어났을 때, 샤워 마치고 로션 바를 때, 뽈링이는 너무 예쁘게 웃는다. 장난감 보며 노는 시간에는 활짝 웃는다기 보다는 웃는다. 그 웃음이, 딱 이 때만 보일 수 있는 그 웃음이 너무 예뻐서 아마 아이를 키우는 것에 대한 행복한 감정이 일어나는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오늘은 내가 break를 시작한지 딱 일주일 되는 날. 와이프에게도 자주 말하고 있지만, 이전에 비해 나는 뽈링이 덕분에 하루에 엄청 많은 시간을 웃는데 쓰고 있다. 회사가 염려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깊게 고민하지 않고 있고, 동료들이 걱정되기는 하지만, 간간히 들려주는 소식에 고마울 뿐이다. 이렇게 올곧이 가족들과의 삶을 사는 것이 행복한 일이 아닐까 하는 다소 엉뚱한 걱정과 상상을 하고 있고, 남을 위해 사는 시간이 아니라 나와 우리를 위해 사는 시간에 나는 행복해하고 고마워하고 있다.
8시 30분 경. 뽈링이가 또 토했다. 게우고 나서 웃는 뽈링이를 보면 더 마음이 쓰리다. 말도 못하고, 아직 뭘 하는지도 모를테고, 그저 먹고, 자고, 웃고, 칭얼대는 것만 하는 아직 너무나 어린 우리 아기.
이제 저녁을 준비하고, 뽈링이가 자면 또 밤과 새벽과 수유와 칭얼댐과 잠과의 싸움을 시작하겠지. 그러면서 뽈링이는 조금은 더 크겠지… 아마 와이프와 나도 조금은 더 엄마와 아빠 같아지겠지…
@2015년 11월 13일 / D+10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