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문역으로 향했다.
오래간만에 긴 지하철 여행. 4호선 환승역에서 어떤 신사분이 가는 길을 물었다. 아는대로 답은 해 드렸지만 왠지 나에게 하용된 사적인 공간에 불쑥 끼어들어 생각을 방해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그 분은 공손했지만 말이다.
지원서를 넣었던 회사 팀장의 전화. 신규 프로젝트를 의뢰하려고 연락을 했는데 나의 퇴사를 모르고 계셔서 언급을 했더니, ‘그럼 이제 오셔야죠’. 2달은 쉬고 싶다고 의사를 밝혔고 조만간에 식사하는 자리를 마련하자고 서로 이야기하고 통화를 마쳤다.
준우 형님과의 역시 다채로운 주제의 수다들. 최근 근황토크, 형님의 새로 얻은 피부병과 출판사 이야기, 독립 출판과 독립 서점, 우리 가족의 근황, 이해관계자, UX, 비틀즈, 영화 예스터데이,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러브 어패어, 아네트 베닝, 벅시, 대통령의 연인, 왜 출판사를 하는건가? 십 여년 전의 경주 이야기, Why와 How에 대한 이야기, 컨설팅 사업과 나는 아빠에 대한 이야기, 골목식당과 백종원 그리고 연돈의 사장님, 크래프톤 웨이와 슈 독 그리고 언캐니 밸리, 기본 소득, AI세금, 얼터너티브, 슈퍼밴드, 락 밴드, 기타, 전자 드럼, Waterfall 방식과 Agile 방식, 요즘 20대, 우리가 즐겨 듣는 음악, 합리주의와 경험적 직관, 진보, 자본주의와 교육, 죽음, 사회에 기여하는 일, 결혼 그리고 육아, 유튜브와 책, 올드스쿨, 꼰대, 다운로드 음악과 스트리밍 음악, 출판과 유통, 이 시대의 책의 의미, 담배와 술, 우울증과 공황장애. 알쓸신잡, 지대넓얕, YG와 JYP의 책걸상. 심리학자와 UX컨설턴트의 대화. 그리고 자아성찰.
우리의 20대 이야기부터 최근 사회 현상까지 거침없고 맥락없이 신나게 이야기들을 쏟아냈던 5-6시간이었다. 그리고 내가 내고 싶은 책에 대한 이야기에 대한 느슨한 끈을 남겨두고 해어졌다.
장모님께서 병원에 입원하셨다.
헤모글로빈 수치가 낮아지면 안되는건데 근래 자주 안 좋다고 하셨던 것 같다. 중환자실로 갈 수도 있다고 전하는 와이프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와이프는 애써 담담한 척 했다.
수영장 가는 길
엘리를 데리고 수영장으로 가는 비오는 길에 우리는 ‘이슬비 내리는 이른 아침에’로 시작하는 노래를 도란도란 부르며 살갑게 걸었다. 매일 보고 매일 이야기하는데 매일 궁금하고 매일 보고싶은 딸. 우리 딸은 얼만큼 성장했고 또 얼만큼 마음이 자랐을까. 수영장에서 제법 음파를 하면서 나아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대견한 마음보다 표현하기 어려운 안쓰러움이 먼저 올라온다. 어찌되었든 언젠가는 저렇게 혼자 남겨져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혼자 결정을 하는 일들이 많아질텐데 그래도 그럼에도 아빠나 엄마의 지혜를 빌려달라고 손을 내밀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녀석의 물장구를 보면서 들었다.
그런데 녀석은 오늘 드디어 팔을 움직였다!
@2021년 8월 12일 / D+2,20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