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베궁을 지나다가 문득 엘리가 다녔던 원은 대부분 건물 안에 있었던 작은 원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독 건물이 아닌 그리고 집의 형상이나 학교의 형상이 아닌 그냥 빌딩에 하나의 층을 사용하는 모습이었다. 아마 내가 영어유치원이나 국제학교라고 불리는 곳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의 시작이 바로 여기인 것 같다.
나에게 학교는 직각의 낮은 건물이 몇 동이 있고, 내 기억으로는 수돗가가 딸려있고, 흙먼지가 날리는 넓고 넓은 운동장이 있고, 교문 앞에는 떡볶이 집과 문방구가 있어야 하며, 그 앞에는 차도나 주차장이 아닌 낮은 주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그런 곳이어야 했다. 하지만, 맞벌이 부부인 우리에게 그런 학교는 하원 이후부터 늦은 저녁 시간까지 아이를 돌봐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어야 가능한 선택지였다. 그렇기에 와이프가 알아보고 있는 국제학교라는 곳은 아침부터 늦은 오후, 적어도 5시까지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었고, 원하면 5시 이후에 누군가가 아이를 받을 수 있는 장소로 데려다 주기까지하는, 우리가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선택지였다. 녀석에게 학교는 80년대의 국민학교 생활을 했던 아빠의 학교와는 너무나도 다른 세상이 되려고 한다.
기존에 작성했던 글들을 모으고 몇 몇 주제는 새로 쓸 생각으로 첫 책의 목차를 얼추 작성했다. 30대가 되기 전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내 이름으로 된 책 쓰기가 엘리와 관련된 일상을 적는 책이 될 줄이야. 20대의 무모함과 30대의 에너지 보다 40대에 엘리와 함께 했던 일상과 생각들이 지금의 나와 우리 가족을 나타내는데 가장 좋은 주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리고 올곧이 나를 들여다 보는 시선이기 때문에 그래도 즐겁게 이어갈 수 있을 것 같다.
녀석을 하원시키고 저녁을 먹는 동안에 피곤했는지 녀석은 눈꺼풀이 반쯤 내려 앉았다. 아니나 다를까. 공부방으로 이동하는 택시 안에서 Haunted house를 이번주 토요일에 하기로 약속했다며 떼를 쓰더니 이내 잠이들었다. 20여분을 잤을까. 녀석을 깨워서 가까스로 공부방에 데려갔지만 녀석의 피곤한 뒷모습에 마음이 불편했다. 7살인데…
@2021년 9월 1일 / D+2,2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