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 친구네 차를 얻어타고 집으로 향하기로 하고 SUV 뒷자리에 앉았다. 짐이 일부 놓인 3열 구석에 비좁은 곳에 나는 흔쾌히 앉기로 했고, 앉은 지 1분도 채 되지 않았는데 머리와 몸에서 이상 신호를 내 뱉기 시작했다. 당장 일어서야 한다고. 하지만 그 공간은 일어설 수 없는 공간이었고, 이미 머리속에서 내 몸의 불편함을 다 예측하고 내린 결론은 탈출해서 몸을 일으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심장이 빠르게 요동쳤지만 심장보다 내 머리와 다리 근육의 이상한 반응이 컸다.

어머님. 차 좀 세워주세요.

지하주차장을 빠져 나가기도 전에 나는 3열에서 뛰어 오르듯이 2열로, 차 문으로 내달렸다. 크게 호흡했고 몸을 움직였으며 다시 크게 호흡했다. 처음 겪는 일이었다. 가끔 좁은 곳에서 몸을 못 움직이면 어떤 느낌일까 상상해 본 적은 많았지만 대수롭지 않은 마음이었고 그런 환경에 놓인 적도 분명 여럿 있었을 텐데 오늘은 달랐다.

아니다. 생각해 보니 십 년 전의 회사 사무실에서 나는 그런 느낌을 받았었다. 게다가 나는 지금의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서성대며 불안해하고 있었다. 마치 사방이 막혀 있던 3열 뒷좌석처럼 내가 좁은 공간에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지경이라고 내 머리가 생각한 걸 심장과 몸이 그리고 다시 머리가 신호를 보냈다.

다시 겪는 걸까…

@2025년 3월 24일 / D+3,5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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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영화를 좋아하고, 여전히 게임과 레고에 빠져있으며, 그래도 책 읽기를 좋아하는 딸바보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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