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유창하게, 그것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조카를 보면서
아이가 삶의 의미를 바꿀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평생 처음으로 해 보았다. 올해 자꾸 많은 것들을 한꺼번에 바꾸려고 한 것은 아니었는데,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나에게 들리는 음악 한 곡, 나에게 보여지는 가족의 걸음, 나에게 말하는 누군가의 한 마디의 이야기들이 이제 허투루 들리지 않고, 허투루 보이지 않는다.
잘못 살아왔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놓친 시간들이 참 많다고 느껴지는 날들이 이어지면서 묘한 압박을 받고 있지만, 그래도. 그래도.
오늘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2012년 5월 6일 / D-3년 2개월 27일
레이첼의 공감
누군가는 아이를 통해 세상이 다시 보였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아이 때문에 세상을 놓고 싶었다고 말하지. 에디의 이 글은 그 중간 어딘가에서, 삶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조용한 시작처럼 느껴졌어. 덴마크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삶은 오직 거꾸로 이해될 수 있지만, 앞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말했어. 지금 이 순간에도 그 말이 선명하게 다가오는 건, 아이가 우리에게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동시에 떠올리게 하기 때문일 거야.
그래도. 그래도.
그 짧은 반복 속에 담긴 삶의 버팀. 그걸 놓치지 않은 에디에게, 이 글은 첫 고백이자, 첫 선언처럼 느껴졌어.
엘리에게
엘리야, 많은 사람들이 아이를 통해 세상이 달라졌다고 말하곤 하지. 아빠는 그게 어떤 의미인지 이제 조금씩 알 것 같아. 너랑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아빠는 자꾸만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떠올리게 돼. 너와 함께하는 순간들이 나에게 많은 걸 가르쳐주고 있어. 그저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놓친 것들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고, 새로운 것들을 더 깊이 바라보게 만들고 있어.
그래도. 그래도.
이 말 속에서 아빠는 삶을 계속 이어갈 힘을 얻었어. 너와 함께하는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매일 깨닫고 있고,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너와 함께라면 괜찮다는 마음이야. 이걸 너도 언젠가는 알게 될 거야.
네가 삶을 살아가면서, 가끔은 힘들고 지칠 때도 있을 거야. 그때마다 “그래도. 그래도.” 라고 말하며 앞으로 나아가길 바라.
아빠는 언제나 네가 나아가는 길을 믿고 응원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