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모라는 가수의 노래 중에 ‘우리 스무 살 때’라는 노래가 있어. 아주 오래간만에 이 노래를 듣고 있는데 아빠가 보냈던 스무살, 1995년이 많이 떠올랐어.

아빠의 스무살은 우리딸의 스무살과 아마 많이 달랐을 거 같아. 아빠는 두려운게 참 많았거든. 불안이라는 감정 보다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던 때 같아. 대학교에 입학했지만 TV에서 보던 낭만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없었고, 가까운 주변 사람들의 모습에 동화되지 못하고 이리저리 마음이 떠돌던 때였어. 그래서 학교도 잘 적응하기 어려웠고, 무엇보다 스무살이 되면 뭐든 바꿀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아주 사소한 것 하나도 아빠 힘으로 해내지 못하는 일들에 자주 부딪히면서 슬퍼하는 날들이 많았던 거 같아. 사랑이라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고 할머니와의 시간도 대화도 점점 더 심하게 줄어들었고 사춘기 보다 더 심하게 방황했던 거 같아.

그래도 아빠가 스무살에 좋아했던 것들이 좀 있었어. 스무 살 때 썼던 일기들을 오래간만에 열어봤더니 그래도 가까운 벗들과 나누었던 수 많은 대화와 편지 그리고, 새벽을 함께 보내던 에피소드들이 있었어. 그들과 보내던 시간들은 물음표가 무척 많은 나였지만, 그 안에서 낭만과 청춘을 말하며 못 마시는 술을 마시고, 토론 아닌 토론과 대화를 참 많이 나누었던 좋았던 기억들이 말야.

우리딸의 스무살은 어떨까. 우리딸의 스무살은 어떤 고민을 안고 살고 있을까. 아빠처럼 너무 많은 생각에 아름다운 스무살을 제대로 누리거나 즐기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아니면 누구보다 청춘과 젊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부딪히면서 오히려 그게 더한 행복이라고 느끼며 지내고 있을까.

우리딸. 아빠가 제일 좋아했던 그리고 지금도 제일 좋아하는 단어가 청춘이라는 단어야. 그때가 아니면 다시는 겪기 어렵고 다시는 반복될 수 없는 시간. 가장 푸르고 아름다운 시절 말이야. 그래서, 이 편지를 읽는 지금 우리딸은 한없이 푸르고 아름다운 날을 보내고 있는거지?

우리의 시간들과 너의 시간들 모두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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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영화를 좋아하고, 여전히 게임과 레고에 빠져있으며, 그래도 책 읽기를 좋아하는 딸바보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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