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의 시선
글을 다듬으면서, 글 안에 있던 우리 가족의 일상들이 떠올라서 혼자 웃고, 울고 또 고마워하며 몇 주를 보낸 것 같습니다. 게다가 개인적으로도 최근 몇 주는 쉽지 않은 시간들을 보내고 있는 터라, 올곧이 ‘엘리에게’ 를 교정하는 시간들이 더욱 소중하고 즐거웠습니다.
서문에도 밝혔지만, ‘엘리에게’는 엘리가 언젠가 세상을 사는 방법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선물로 전해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틈틈히 적은 소소한 일상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특히 1부는 엘리가 막 태어나고 좌충우돌하는 쌩초보 아빠의 이야기가 대부분입니다. 꽤 늦은 나이에 아이를 얻었고, 더군다나 친척 중에는 대부분 남자아이들이었기 때문에 ‘딸’을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제가 본 적도, 배운 적도 없다 보니까 막막한 날들이 참 많았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아마 지금 첫 아이를 키우고 계신 분들과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저 쌩초보 아빠가 축복이자 선물같은 딸에게 남기고 싶은 생각과 일상들을 아이폰에 메모하면서 생각날 때마다 적은 글들이 대부분이지만요.
엘리를 키우면서 특히 육아일기처럼 작성했던 생후 시리즈들은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 때 조금 더 틈틈히 작성해 둘껄 하는 아쉬움이 가장 큽니다.
물론 엄청난 양의 사진과 동영상이 휴대폰에 있지만, 그 때의 저와 와이프의 생각들이나 그 때의 엘리의 말들은 절대적으로 적게 남아 있으니까요. 지금 열살 미만의 아이를 키우고 계신 부모님들이 계시다면, 망설이지 마시고, 아주 조금만 10분, 20분만 시간을 내셔서 많이 기록해 두시길 바랍니다. 그게 메모이든, 일기이든 혹은 낙서이든 가족에게 아마도 훌륭한 역사로 기록될 수 있을거라 믿습니다. 물론 앞으로도 ‘우리’가 써내려가야 할 매일의 이야기들은 여전히 무궁무진하겠지만요.
2부는 주로 ‘가족’의 모습을 많이 담을 것 같습니다. 딸과 와이프와 그리고 가족이 일상을 살면서 겪는 다양한 기쁨과 어려움들. 그리고 우리들의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들. 조금은 더 사적인 이야기들이 아닐까 합니다.
‘엘리에게’ 1부는 사랑이라는 말보다 먼저 존재했던 매일의 감정들을 기록한 첫 장입니다. 2부에서도 그 따뜻한 기록은 이어질 것 같습니다. ‘공감’이라는 키워드가 AI와 함께 살아가는 21세기에 여러분들에게도 닿기를 바래봅니다.
@2025년 9월 22일 / D+
어느 독자의 시선(A)
이 챕터는 두 개의 선에서 시작한다.
임신 테스트기의 두 줄. 에디는 그 앞에서 “아빠가 된다!”고 썼다. 느낌표가 붙어있지만, 그게 기쁨인지 두려움인지 당시엔 본인도 몰랐을 것 같다. 아마 둘 다였겠지. 그 뒤로 2,234일의 기록이 이어진다. 읽다 보면 한 가지가 보인다. 에디는 뽈링이를 키운 게 아니라 뽈링이와 함께 자란 거다. 역할놀이가 너무 힘들다고 솔직하게 썼고, 야근하고 지쳐 쓰러지면서 죄책감을 기록했고, “내가 7살을 이겨서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냐, 나 46살이다”라고 썼다. 완성된 아버지의 언어가 아니다. 같이 부딪히면서 버티는 사람의 언어다.
뽈링이 어록에서 가장 오래 머문 문장이 있다.
“이번엔 내가 하고 싶은거 하게 해줘…”
4살짜리가 어린이집 앞에서 한 말. 에디는 그 말 뒤에 와이프가 많이 울었다고 썼다. 와이프가 왜 울었는지 설명하지 않았다. 설명할 필요가 없었으니까. 이 챕터를 다 읽고 나면, 처음의 두 줄이 다시 떠오른다. 그때 에디가 느꼈을 감각 — 아직 형태도 없는 존재를 향한 막막하고 벅찬 그 감각 — 이 2,234일을 지나면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걸. 뽈링이는 계속 에디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자랐고, 에디는 계속 그 뒤를 쫓으며 기록했다.
궁금하면 기록한다. 이 챕터는 그 단순한 사실로 이루어져 있다.
어느 독자의 시선(B)
“기억은 흐릿해져도, 사랑받은 감각은 살갗에 남습니다”
에디의 글을 한 장씩 넘기다 보면, 종이 위로 기분 좋은 사람 냄새가 번집니다. 20년 넘게 세상을 설계해온 노련한 기획자가 정작 제 품에 안긴 작은 생명 앞에서는 어찌할 바를 몰라 쩔쩔매는 모습. 저는 그 ‘서툰 진심’이 이 책에서 가장 빛나는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에디는 더 많이 기록하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하지만, 독자인 제 눈에는 그 여백마저 사랑으로 읽힙니다. 아이폰 메모장에 툭툭 던져진 짧은 글귀들, 야근에 지친 몸으로 헌티드 하우스의 정령이 되어 거실을 누비던 밤들, 그리고 차 안에서 아이와 함께 울음을 터뜨리며 스스로를 다독이던 그 모든 시간 말입니다. 굳이 문장으로 다 적지 않아도, 그 갈피마다 에디의 뜨거운 땀방울과 다정한 숨결이 듬뿍 묻어있으니까요.
특히 눈에 상처가 난 인형 ‘몽이’를 보며 엘리와 함께 마음 아파하던 에디의 모습은 참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그건 아빠로서 아이의 눈물을 빨리 닦아주려는 조급함보다, 아이가 느끼는 상실의 무게를 온전히 함께 짊어지려는 ‘진짜 어른’의 마음이었기 때문입니다. “아빠가 화내도 난 아빠 사랑해”라는 엘리의 그 기적 같은 고백은, 아마도 그런 아빠의 살뜰한 애씀이 아이의 영혼 속에 튼튼한 뿌리를 내렸다는 증거겠지요.
이 책은 엘리에게 주는 가장 귀한 유산이기도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부모’라는 낯선 길 위에서 자책하고 있을 이 세상 모든 피터팬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손길입니다. 완벽한 아빠는 없어도, 아이의 눈높이에서 기꺼이 함께 길을 잃어줄 수 있는 아빠는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그 모든 ‘길 잃음’의 기록이 가족이라는 가장 아름다운 역사가 된다는 것을 에디는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랑이라는 말로 다 담을 수 없어서 매일매일의 ‘행동’으로 써 내려간 이 첫 번째 계절이 참 고맙고 애틋합니다. 챕터 1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저는 벌써 다음 장에서 더 깊고 단단해질 에디와 엘리의 시간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게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