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벌떡벌떡 깨어 6시가 못되어서 집을 나오거나, 두 세시가 되서 문득 휴대폰의 부재중 전화가 없는지 확인하고 이내 잠들고, 그런 작은 습관들이 하나씩 생길 때마다 가끔 두려운 생각이 든다.

무서운 것은 습관이고 그 습관에 익숙해져서 가끔 일탈을 일삼는
모습을 보면 분명히 편안하고 순탄하기만 한 삶을 원하지는 않는건가 하는 생각.

사랑을 하면 분명히 즐겁고, 설레이지만, 분명히 아프고, 힘겨워질 수도 있다는 것들을 이제는 잘 알고 있는 나이인데, 누군가는 나를 보며 선뜻 마음을 정하지도, 애를 써보려고 하지 않는 것은 용기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 용기라..

출근하면서 왼쪽의 책을 읽으며 감동하고는 이내, 책상에 앉아서, 회의를 하면서 사회 조직의 이익만을 쫒는 일에 일상을 허덕인다. 조직의 장, 리더가 되고, 목표하는 이상향을 위해서 옆자리 사람부터 얼굴도 잘 알지 못하는 사람까지 설득하기 위해서 대부분의 하루를 그렇게 보낸다. 설득의 나날이다.

참 재미있는 사실은, 좌파 성향의 책과 사람들은 언제나 세상속에서 살고 있는 나의 모습을 부끄럽도록 질타하고, 가슴에서만이 아니라, 머리에서 그리고 몸으로 움직이도록 요구하는데, 순간순간의 마음은 늘 그래.. 그래 맞아. 하면서도, 이미 오래전부터 몸에 배어온 습관과 같은 편하게 살고싶다.. 조금만 비겁하면 주변이 편한데 꼭 그래야 할까..하는 비겁한 자기합리가 고개를 든다. 언제나 머리에서 시작해서 바로 몸으로 옮겨간다.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사랑과 신념은 이성으로 불리는 어줍지 않은 녀석 때문에 자꾸 잊어버린다. 역시 용기가 없는걸까.

아니다. 아니다. 아니라고 변명한다. 그 용기를 받치고 있을 아주 작고 사소한, 그렇지만 머리와 가슴 그리고 온 몸을 지탱해 주는 믿음만 있으면 용기는 자연스럽게 보여질 것임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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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영화를 좋아하고, 여전히 게임과 레고에 빠져있으며, 그래도 책 읽기를 좋아하는 딸바보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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