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엔 남겨지는 것이다.

남겨진다는 것은 누군가가 발견하기 전까지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기도 하다. 아마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언젠가 누군가에게 내 생각을 알리기 위해서.
조금 더 깊게는 이 글을 쓸 당시의 나에 대해서 알려주기 위해서이다. 내 글들을 읽고 그 시절의 나와 우리를 기억해 주는 사람을 위해서. 조금이라도 잠시라도 그 시절의 내 생각에 같이 빠져주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인간과 세상의 모든 이치를 헤아려보려는 철학까지는 아니더라도 내가 움직이고 행동하고 말하고 생각했던 때가 어떤 날들이었는지 그래서,
내 마음에 선선한 바람이 불었는지, 뜨거운 열정의 여름을 보냈는지 아니면, 너무나 시리고 시린 겨울 바람을 맞고 너무 얼어버린 마음이었는지.

아니. 어쩌면 그간 나로 인한 상실이 이 글들로 인해 위안이 되길 바라는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sigistory

SF 영화를 좋아하고, 여전히 게임과 레고에 빠져있으며, 그래도 책 읽기를 좋아하는 딸바보 아빠.

Bio and Conta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