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20대는 너무 어두웠다.
불행이라는 표현 보다는 방황이 더 맞았을 것 같다. 많은 것들이 바닥에 흩어져 있었고 나는 감히 그것들을 모으거나 치울 수 없다고 결론 지어버렸다. 그리고 그것들이 놓여진 공간을 피하기 일쑤였다. 그래서 무엇 하나 집중해서 탐닉하지 않았고 그저 흘러가게 놓아 두었으며, 그래서 내것이라고 여긴 것들도 많지 않았다.
책 속에 그들은 나와 같지 않았다.
좋아하는 것에 열정을 담았고 신념에 부합되지 않으면 가지려하지 않았다. 어렸고 또 젊었다. 하지만 그들은 나의 20대에 비해 어른의 향기를 내뿜었다. 마치 지금 40대인 내가 겨우 삶을 조망하는 시선으로 말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나는 나의 20대와 30대 그리고 오늘의 모습을 더 후회하게 될까. 아니면 그때만큼 나는 이제 어둡지 않다고 말 할 수 있을까. 여전히 나는 20대의 어둡고 비겁한 생각을 매일 하고 있는데도?
(책을 다 읽고) 타인의 삶을 엿보는 일은 흥미롭다.
아니 흥미롭게 엮은 이야기는 결국 타인의 삶이다. 나의 현실이 아닌 그래서 제 3자의 눈과 생각으로 읽으며 그 안에 몰입해서 공감할 수 있는. 오래간만에 즐겁게 시간을 보내며 빠져들게 해 준 읽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