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녀석에게

디즈니의 백설공주 애니메이션을 보여주었다. 호비가 아닌 무언가 스토리가 있고, 권선징악의 주제를 담는 형식의 영상은 처음 보여준 셈이 아니었나 싶다.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마녀와 마귀할멈은 이제 녀석에게 ‘무서운’ 존재가 되었고, 어떤 행동을 하는데 호의적이지 않거나, 떼를 쓰게 되면 ‘마귀할멈이 잡아간다’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건네주고 있다. 그런데, 이게 참 신기한게, 내가 ‘순수하다’라는 의미를 그동안에 참 잘 모르고 살았던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녀석은 마귀할멈의 이미지를 이내 머릿속에 투영시키고, 바로 울상이 되거나, 울상이 된 채로 안기러 달려온다. 이만큼 순수한 존재가 더 있을까.

성인이 되어서 점점 순수하다는 의미를 잃어버리고, 잊고 살아갈텐데, 지금 녀석의 모습은 정말 순수한 그 결정체가 아닌가. 이런 순수함을 지켜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일까, 아니면 순수해서는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고 이내 현실적인 것들을 보여주고 가르쳐 주어야 하는 것일까. 순수하다. 순수하다. 순수하다. 이성적인 탐욕이 없고, 계산하지 않고, 그저 선과 악으로 꽤나 명확하게 나뉘는 것을 보고 듣고 자라게 하는 것이 좋은 걸까. 녀석을 보며, 녀석의 변화를 보며 오늘도 내가 더 자라고 내가 더 순수함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생기는걸까.

@2017년 4월 17일 / D+6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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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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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24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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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영화를 좋아하고, 여전히 게임과 레고에 빠져있으며, 그래도 책 읽기를 좋아하는 딸바보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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