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 정도 지났을까. 커피를 끊은지. 잠을 설치거나 각성이 심해지거나 따위의 이유에서가 아니라 식도염과 위궤양 그리고 속쓰림으로 그래서 소화불량까지 더해져서 새벽잠을 설치는 날이 잦아들었기 때문이다. 하루에도 3~4잔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누군가를 만나서 신나게 수다를 떨면서 두어 잔을 더 마셔도 아무런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었는데, 몸 어딘가에 쌓이고 쌓여서 이제 서서히 나에게 드러나는 신호를 보내는 몸에게 미안해진 이유도 있긴하다.

글쓰기도 책을 읽는 것도 사람을 만나는 것도 허둥지둥 하루를 보내던 일상들도 탐닉할 정도의 수준으로 몰입하고 빠져들었는데, 한 해가 지나고 또 몇 해가 지날수록 나는 점점 무언가와의 거리가 멀어짐을 느낀다. 작은 일에 호들갑을 떠는 일도 이제는 ‘그럴 것 까지야…’로, 자연스럽게 건넬 수 있는 인사도 ‘뭐 그렇게까지…’로 나를 물건과 공간으로부터 이격시키는 것만 같다. 나에게 가장 가깝고 또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의 숫자가 적어진다는 것은 남아있는 사람들과의 깊이가 더욱 깊어지고 있는걸까라는 의미가 아니라, 내가 모르는 사이에 어쩌면 나 스스로가 그런 관계들로부터 느슨해지고 헐거워지고 싶어하는 것인지도. 심지어 이제는 같은, 적어도 비슷한 열정으로 같은 공간에서 살았던 사람들과의 추억에 기대어 전화 한 통, 문자 한 통을 보내려고 누군가의 이름과 얼굴을 동시에 떠올렸다가도 과거에 기대지 말고 끊으라고 몸이, 속쓰림으로 말해주는 것만 같다.

커피를 끊고 차를 마시며 헝크러진 속을 달래주고는 있지만, 루틴하고 좁은 삶을 살고 있는 내게 가끔 아주 진한 커피 향이 혹은 커피 향을 머금은 커피잔의 김서림을 볼 때면 이 절연이 나를 더 아프게 하는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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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영화를 좋아하고, 여전히 게임과 레고에 빠져있으며, 그래도 책 읽기를 좋아하는 딸바보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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