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야!
어제는 엄마 아빠의 7주년 혼기념일이었어. 아빠가 감기로 하루 종일 집에만 누워있었지만 저녁 식사는 그래도 셋이 오붓하고 즐겁게 하고 싶었거든. 그런데, 어제 저녁 식사는 엘리의 식사 투정과 좋지 않은 습관들 때문에 우리 셋이 웃지도 않고, 결국 여람이는 눈물을 흘리며 식사를 마치고 말았네.
어제 그렇게 냉정하고 차갑게 엘리에게 식사 훈계를 늘어놓고 오늘이 되니까 얼마전에 의사선생님이 이야기했던 게 생각이 났어. ‘통제와 간섭’ 물론 이 말을 어느 수준에서 이해하고 활용해야 하는지는 결국 올곧이 우리 가족과 아빠의 몫이긴 하지만, 아빠가 식사에 대해서 너무 통제를 하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어제 너무나 슬프게 울던 엘리의 마음을 하나도 이해해 주지 못했던 게 너무 가슴이 아프더라구… 오히려 밥을 잘 안먹으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충분히 더 잘 해주면 우리 엘리는 다 이해할텐데, 아빠가 화를 내는 모습에 또 네가 울고, 서운해하고, 슬퍼하는 모습을 떠올리니까 아빠가 하는 기준이라는게 맞는지 틀리는지에 대한 생각이 들어.
사실 아빠도 완벽하지 않거든. 모순 투성이에다가 일관성도 없고. 아빠도 아빠를 처음 해보니까, 엄마도 그렇고 완벽하지 않거든. 그런데 엘리에게는 완벽한 5살 딸의 모습 아니 5살이 훨씬 넘는 어른의 기준을 말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해. 변명을 하면 결국 습관이라는게 엘리가 아주 아주 더 나이를 먹고, 엄마 아빠의 틀을 벗어났을 때 겪게 될 사회에서의 상호작용에 대한 걱정 때문이거든. 그게 기우일 수도 있고 말야.
같이 촛불도 불고, 케익도 자르고, 엄마 아빠 결혼식 사진도 보여주면서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아빠가 망친 것 같아서 많이 미안해. 늘 웃게만 해 주고 싶은데, 엄마 아빠가 더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할께. 우리 엘리는 늘 건강하고, 지혜로운 그래서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 주면 좋겠어. 우리 싸우지 말자. 아빠가 더 잘할께.
늘 고맙고, 미안해 우리 딸.
@2019년 10월 28일 / D+4년 2개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