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을 벗으면 사물을 식별하기가 어렵다. 그야말로 형체만 보이고 또렷한 모습은 없이 희미한 잔상들만 보인다. 보아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았던 하루를 겪고나면 안경을 벗고 흐릿한 세상을 보고싶어진다.
오늘은 단지 눈의 피로 때문이 아니라 내가 보고 이해한 것들에 대한 외면이다. 어리석게도 안경을 벗거나 눈을 감는다고 해도 그 세상의 그 사람들과 그 풍경들이 고스란히 있는데 내가 보지 않기 때문에 그 세상은 없어진다고 믿는다.
안경을 벗으면 또렷한 것들은 희미해져 가고 희미한 것들은 이내 잊혀진다. 그렇게 계절이 또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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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나는 술자리가 길어지는 것을 무척 싫어한다. 육체적으로 나는 간을 해독하는 효소가 부족하다는 의학적이면서 그랬으면 좋겠다는 의식의 반영으로 술 한잔에도 얼굴이 붉어진다.
2018/1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