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2012년은

금연을 했고, 면허증을 땄고, 상견례를 했고, 프로포즈를 했고, 살 집을 찾아 돌아다녔고, 집을 구했고, 결혼을 했고, 이탈리아와 프랑스로 신혼여행을 다녀왔고, 프로젝트를 몇 개를 오픈했고, 몇 몇의 사람들을 맞이했고, 몇 몇의 사람들을 떠나보냈고, 어머님과의 거친 다툼을 몇 차례 했었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고, 가까운 사람들을 잃었고, 사람에게 점점 더 실망했으며, 나 자신에게 지속적으로 실망했고, 어머님의 병환에 슬퍼했으며, 어머님의 웃음에 행복해했고, ‘우리’였던 사람들의 사무실을 이전했고, ‘명확한 정의’의 뜻을 ‘단정’이라는 단어로 해석되는 자리에서 고뇌했고, 내 자리를 꾸미기 위해, ‘우리’라는 사람들이 쓰는 공간을 꾸미고 싶어했고, 떠나보냈던 사람을 다시 맞이 했고, 생명의 신비함을 점점 더 느끼게 되었고, 아이를 더 깊이 바라볼 줄 알게 되었고, 긍정의 아이콘이 아닌 부정적인 아이콘이 되었으며, 가족이 되는 기쁨을 이제야 서서히 이해하기 시작했고, 운전의 재미를 이해했고, 가구를 사고, 집을 꾸미는 즐거움을 발견했고, 스마트TV가 아직은 갈길이 멀다고 느꼈으며, 이탈리아의 웅장함에 고개를 숙이게 되었고, 집에서 밥해 먹는 재미를 느꼈으며, 청소와 빨래와 같은 일상적인 일들이 표가 안난다는 어머님의 말씀을 이해했고, 기계식 키보드의 맛을 알았고, 올해도 프로젝트 몇 개로 수상을 했고, 결혼 덕분에 한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과 벗들, 후배들, 동료들 그리고, 사람들을 다시금 만나게 되었고, 새로 생긴 부모님들의 사랑을 이해하게 되었고, 지금까지와는 너무나 다른 의미로써의 성장을 경험했다.

앞으로 앞으로만 달리던 나의 성장은 누군가에게는 부정적 사람으로,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달리는 사람으로, 누군가에게는 잠시 멈춰있는 사람으로,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사람으로 각각 다르게 비추어졌을테다. 뿌듯함 보다 아쉬움이 넘쳐나는 기억들이지만, 그 가운데에는 모두 나의 말과 행동이 만들어 낸 결과이기 때문에 후회하지는 않는다. 혹 내가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면, 혹 내가 웅크리고 있다면, 아마 나는 다시 뛰려고, 도움닫기를 하려고, 박차오르려고 하는 준비운동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나의 2013년은 이렇게 시작하려 한다.


sigistory

SF 영화를 좋아하고, 여전히 게임과 레고에 빠져있으며, 그래도 책 읽기를 좋아하는 딸바보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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