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와 등원. 와이프가 어제 주제를 조심스레 꺼낸다. ‘오빠. 어제 국제학교 좀 알아봤어?’ 나의 긴 침묵속에 와이프는 낮은 한숨을 쉬며 말한다. ‘도대체 맞벌이는 어떻게 애를 키우라는거야…’ 나에게 하는 듯한 혼잣말로 와이프는 나의 침묵에 대한 아쉬움을 돌려서 토로한다. 나는 이 국제학교라는 곳에 엘리를 보내야 한다는 이유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다. 하지만 와이프가 처해 있는 엘리의 향후 교육에 대한 책임감과 같은 무게감을 덜어줄 묘책이 떠오르지 않는 이유 때문에 침묵을 지키는 것이기도 하다.

오전 8시까지 등원시키고 5-6시에 하원한다. 하루 종일 영어와 미국식 사고방식으로 교육 받으며 유학과 동일한 효과를 얻는다. 하지만 비인가학교라 정식 한국의 교과 과정은 아니기 때문에 추가로 언제가 될지 모르는 교육이 수반될 수 있다. 우선 여기에 9월부터 보내면 와이프는 업무 시간을 늘리며 회사와 연봉 등의 처우 개선 협상을 한다고 한다. 그러면 지금 엘리에게 쓰는 사교육 비를 줄이고 국제학교 비용으로 충분히 충당할 수 있다고 한다. 엘리가 하루의 2/3를 영어만 쓴다… 왜 그래야하지? 엘리의 무엇을 위한걸까. 영어를 잘 하는 한국인으로 거기에 미국식 합리적인 사고방식과 다양성을 길러주기 위해? 그래서 얻고자 하는 건 유학? 좋은 대학과 대기업 취직? 너무 멀리 이야기이지만 소박하게 우리가 사는 동네에 초등학교를 보내서 흙먼지까지는 아니더라도 볕이 있는 운동장에서 간간히 친구들과 뛰어놀고 집 근처 동네 친구들을 만나서 서로 오가고 녀석이 올곧이 다녔던 초등학교에 대한 추억을 갖고 중학교, 고등학교를 정상적으로 다니면 엘리의 재능 또는 가능성을 짓밟는 나쁜 부모가 되는걸까? 국제학교, 사립초등학교 말고 공교육은 정말 대안이 될 수 없는걸까? 만약 짧은 학교 시간으로 인해서 엘리를 돌 볼 수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결정하려는 것인가? 하원을 돕고 오후를 캐어해주고 6:30에 퇴근하는 도우미 이모님을 쓰는 건? 그 도우미의 역할을 내가 3년을 할까?

와이프가 올곧이 엘리만 돌보는 하루 하루를 보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경제적으로도 그리고 와이프의 정서적으로도. 엘리는 어떤 형태이든 엄마를 통해서 안정감을 느끼겠지만 지금 이렇게 많은 돈을 어쩌면 무작정 엘리에게 쏟는게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나아가 대학교까지 엄청난 돈을 쏟아 부어야 하는데 우리의 60대 이후의 삶은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지금도 마이너스와 다름 없는 씀씀이들에 아주 미비한 저축들만으로는 커나가는 엘리를 감당하기 버겁다. 어쩌면 커가는 엘리를 감당하는 문제가 아니라 나로 향하는 문제. 내가 안정적으로 큰 변화없이 정기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돈을 만들거나 받아야 하는 명제가 성립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모든 가정은 다 이룰 수 없는 헛된 희망이다.

너무 어렵다.

@2021년 8월 18일 / D+2,2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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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영화를 좋아하고, 여전히 게임과 레고에 빠져있으며, 그래도 책 읽기를 좋아하는 딸바보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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