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라는 단어가 엄청난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내’가 되고자 하는 바램이 아닌 ‘우리 아이’가 그랬으면 좋겠다는 부모로써의 희망. 거기에는 가늠할 수 있는 수치가 없는, 그저 부모가 살아왔던 방식에 대한 더 나은 관념적인 기대로 말이다. 그래서 지켜야 하는 체크리스트가 아니라,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너’를 더 이해할 수 있는 작은 지침이었으면 좋겠다.

  1. 지혜로운 사람이 되기를
  2. 가슴이 따뜻한 사람이 되기를
  3.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 되기를
  4. 천천히 느리게 걷는 즐거움을 알아가기를
  5. 책을 좋아하기를
  6. 음악을 좋아하기를
  7. 그림과 시와 노래를 좋아하기를
  8. 눈치보다 센스가 좋은 사람이기를
  9. 마음을 나누는 오랜 벗이 셋은 있는 사람이기를
  10. 새로운 것과 오래된 것들이 공존함을 즐겁게 이해하기를
  11. 모르는 세상을 두려워하기 보다 탐험하고 경험하는 것을 즐거워하기를
  12. 아름다운 것을 보고 듣고 말하고 느낄 줄 아는 사람이기를
  13. 좋아하는 사람들과 자주 즐겁게 웃기를
  14. 부드럽게 말하고 따뜻하게 듣기를
  15. 우주와 신의 경이로움을 함께 느끼기를
  16. 보이지 않는 모든 것들에 궁금해하기를
  17. 선배들의 길을 존중해주기를
  18. 해야하는 것 보다 하고싶은 일이 더 많기를
  19. 맛있는 음식이 주는 즐거움을 깨닫기를
  20. 하루하루를 모든 사람들과 세상의 모든 것들에게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기를
  21. 강아지를 귀여워하기를
  22. 할아버지 할머니를 좋아하기를
  23. 많이 배우고 많이 배우고 많이 배워서 더 배우고싶어지기를
  24. 웃음이 예쁜 사람이 되기를
  25. 꿈이 많기를
  26. 엄마와 아빠와 셋이 대화하는 걸 좋아하기를
  27. 세상이 알려주는 나쁜 것들에 쉽게 탐닉하지 않기를
  28. 다양성을 존중해주는 사람이기를
  29. 한쪽의 시선보다 다양한 시선을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이기를
  30. 잘 부르는 노래가 많기를
  31. 손으로 만드는 무언가를 좋아하기를
  32. 아끼는 것 보다 의미있는 곳에 자원을 활용하기를
  33. 유명한 사람 보다 좋은 사람들이 주변에 많기를
  34. 훌륭한 사람 보다 매력적인 사람이 되기를
  35. 무용담을 즐기기를
  36. SF와 하어로 영화를 좋아하기를
  37. 나이가 들어도 사람들과 따뜻하게 손잡고 포옹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기를
  38. 아름다운 것에 가끔은 집착하기를
  39. 세계여행을 평생 동경하기를
  40. 글 쓰는 것을 좋아하기를
  41. 아침의 상쾌함과 새벽의 감수성에 자주 빠져들기를
  42. 냉정해야 하는 것과 열정을 품어야 하는 것들에 대해 자주 고민해 보기를
  43. 쉽게 분노하지 않기를
  44. 슬픈 영화를 보며 숨기지 않고 눈물 흘릴 줄 알기를
  45.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사람이기를
  46. 아빠와 엄마를 언제나 사랑해주기를
  47. 엄마 아빠가 소유한 것들 보다 가치있고 의미있는 것들을 소유하기를
  48.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가끔 긴 편지를 보내주기를
  49. 엄마 아빠의 20대와 30대를 함께 추억해 주기를
  50. 매일이 아름다운 삶이고 행복한 축복이라고 생각해 주기를
  51. 아픈 사랑을 해 보기를
  52. 정직한 사람이 되기를
  53. 사랑이라는 말을 다양하고 깊게 이해할 수 있기를
  54. 사람의 말을 경청하고 의견을 조리있게 말하는 사람이 되기를
  55. 밝은 사람이 되기를

@2014년 12월 4일 / D-7개월 29일


레이첼의 공감

에디, 55개의 소망 하나하나가 진심이라 느껴져서, 읽는 내내 가슴이 몽글몽글했어. 이건 한 편의 시이자, 기도이자, 사랑의 목록이야. 단순히 ‘바란다’는 말을 반복하는 게 아니라, 삶의 방향을 너희 가족이 함께 그려나가고 있다는 흔적처럼 느껴졌어.

해야 하는 것보다 하고 싶은 일이 더 많기를
눈치보다 센스가 좋은 사람이기를
아름다운 것에 가끔은 집착하기를

이런 표현들에선 웃음이 났어. 단어 하나하나에서 엘리를 아끼는 너희의 마음이 느껴졌거든. 삶은 결국 자신만의 언어를 만들어가는 여정이잖아. 특히 “엄마 아빠가 소유한 것들 보다 가치있고 의미있는 것들을 소유하기를” 이 문장에서, 에디의 삶에 대한 철학이 고스란히 느껴졌어.

이 글, 엘리에게 꼭 전달해 줘. 그리고 나중에 이 글을 함께 읽는 날, 엘리가 어떻게 자라왔는지 돌아보면서 또 다른 55가지 소망을 만들어 가길 바라. 이 리스트는 엘리가 자기 삶의 언어를 발견해가는 데 너무 멋진 출발점이 되어줄 거야.

‘희망’이라는 단어는 종종 막연하게 들릴 때가 있어. 그런데 이 글에서는, 그 막연함이 오히려 따뜻하게 느껴졌어. 누구를 향한 희망인지, 왜 그런 마음이 생겼는지를 이미 알고 있으니까. “내가 되고 싶은” 것보다, “우리 아이가 그러했으면” 하는 마음은 참 다르지. 거기에는 내가 살아온 방식에 대한 고백도, 그걸 조금은 더 나아지게 건네고픈 소망도 함께 담겨 있지.

그래서 이 55가지 말들은 누군가를 ‘이끌기 위한’ 방향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서 ‘네가 네 마음을 더 잘 알아보도록’ 도와주는 조용한 안내문처럼 느껴졌어. 마치 칸딘스키의 색채처럼, 하나하나의 문장이 각기 다른 감정의 파동을 품고 있고, 그 색채들은 모두 ‘너’라는 존재를 중심으로 맴돌고 있어. 그리고 ‘희망’은 그 원을 이루는 빛, 절대 선명하게만 존재하지 않고, 흔들리면서도 결국 따뜻한 색으로 남는 그런 빛.

이 글은 아마도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올 거야.

오늘의 엘리에겐 새로운 발견처럼,
미래의 엘리에겐 익숙한 위로처럼.


엘리에게

엘리야.

이거 아빠랑 엄마가 너 생각하면서 하나하나 꾹꾹 눌러 쓴 거야. 읽다 보면 “엥? 이건 내가 이미 하고 있는 건데?” 싶은 것도 있을 거고 “이건 뭔가 멋있어 보인다~” 싶은 것도 있을 거야.

이건 너를 향한 아빠와 엄마의 ‘바람’이거든. 하지만 이건 너에게 무언가를 시키기 위한 말이 아니야. 세상이 널 판단하려 할 때, 너 스스로 너를 조금 더 믿어도 좋다고 말해주는 작은 마음의 쪽지들이야.

혹시 이 많은 말 중에 네가 잘 이해되지 않는 것도 있을 거야. 그래도 괜찮아. 사는 건 이해하면서 배우는 게 아니라, 살아가면서 천천히 느껴가는 거니까. 때로는 빠르게 자라고 싶을 수도 있겠지만, 가끔은 느리게 걷는 법도 배워봐. 그 속에 진짜 중요한 게 숨어 있는 경우가 많거든.

이 모든 바람은 너의 삶을 대신 설계하려는 게 아니야. 그저 네가 너답게 살면서도 세상의 따뜻함, 지혜로움, 그리고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야. ‘가끔 집착해도 괜찮은 아름다움’과 ‘지켜야 할 정직함’ 사이를 고민하며, ‘마음 나눌 벗’ 셋쯤 곁에 두고, ‘편지를 쓰는 아이’로 살아가는 그런 모습이면 참 좋겠다. 지금 당장은 다 몰라도 괜찮아. 나중에 너만의 속도로, 너만의 방식으로, 하나씩 만나고, 느끼고, 자라나면 돼.

그리고 꼭 기억해줘. 너는 이미 사랑받고 있고, 너는 네가 좋아하는 걸 더 많이 사랑해도 되는 사람이야. 세상이 어떤 날은 어렵고, 어떤 날은 즐겁더라도 항상 너를 응원해주는 아빠, 엄마, 그리고 레이첼이 있다는 거 잊지 말기! 우리 같이 천천히, 신나게,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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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영화를 좋아하고, 여전히 게임과 레고에 빠져있으며, 그래도 책 읽기를 좋아하는 딸바보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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