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1월 초.
택시를 타고 이동하다가 문득, ‘디지털 메뉴판’ 컨셉이 떠올랐다. 아. 물론 완전히 새로운 카테고리이거나, 완전히 크리에이티브한 발상은 아니다. 그저,
‘왜 괜찮은 작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메뉴판은 늘 재료 이름만 있을까?’
‘메뉴판에 사진이 있으면 안될까?’
‘메뉴판에 쉐프가 나와서 오늘의 요리라며 김이 모락모락 나는 파스타를 보여주면 안되나?’
로 시작된 발상.
잊어버릴까봐 사무실에 도착하자 마자 스윽스윽 스케치. 그래서, 결국 디지털 메뉴판의 역할을 해 주면 되잖아? 스마트한 시대인데?
올해 5월.
우리는 우연한 기회에 유사한 사업을 진행하고자 하는 기업과 만나서 위의 아이디어를 실제 프로젝트로 전환했다. 특정 공간에 아이패드를 100대 정도를 비치하고, 매장에서 판매되는 제품에 대한 인터랙티브한 메뉴판에 대한 정보 제공과, 다양한 할인 혜택 및 놀 수 있는 거리를 제공하는 앱에 대한 서비스 디자인 측면의 접근이었다.
우리는 기초로 스케치 되었던 아이디어를 실제 제품과 분위기 그리고, 다양한 효과들을 연결하여 실제 구동되는 프로토타입을 제작하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프로젝트화되어 실제 사용자가 이 서비스를 써 볼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다양한 이유가 있었겠지만, 서비스에 대한 전반적인 시나리오나 경험 보다는 아이패드가 너무나 돋보이던 상황으로, 후광효과만 입은 탓이 아니었을까. 꽤나 아쉬움이 남는다.
실제 구현은 되지 못했지만, 프로토타입으로 시연용으로 제작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역시 다양한 경험들과 무언가를 이루려고 하는 발상과 작은 도약들이 어느 시점에는 분명 우리에게 큰 의미로 돌아올 것을. 그래도 나는, 나는.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