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1.
얼마 전 와이프는 근심과 걱정 어린 목소리로 어린이집에서 어떤 상황을 누군가가 목격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우리 아이에게도 그러지 않았을까 라고 나에게 물었다. 보이지 않는, 볼 수 없는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과한 염려라고 생각했을까. 나는 별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원인2.
원인1 덕분에(?) 와이프는 주변에서 평판이 좋은 어린이집을 물색하였고, 현재 어린이집에 대한 과거의 평판까지 접수하기에 이르렀다. 다행히도 가까운 동에 1층에 위치한 어린이집에 당첨(!)되었고 어린이집을 옮기기로 결정. 옮길 어린이집은 아침 8시부터 저녁 7시까지도 아이를 봐 줄 수 있다고 해서 와이프는 내게 슬쩍 의향을 물었다.
원인3.
와이프는 출산 후 부터 지금까지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물론 그 만큼의 급여를 차감하고) 출근 시간을 1시간 늦춘 10시로 조정해서 다니고 있다. 하지만 퇴근은 저녁 시간대라 다른 사람이 아이의 하원을 도와주고 있다. 물론 비용이 든다. 시간을 돈으로 산다는 개념이 나에게는 제법 자리잡고 있지만 와이프에게는 이래저래 어쩌면 지출이 되지 않아야 하는 지출들에 못내 아쉬워한다.
원인4.
저녁식사를 함께 하다가 우리의 지출과 아이의 상황에 대한 이야기가 화두가 되었다. 원인1부터 3까지. 와이프는 아이를 일찍 그리고 늦게까지 어린이집에 맡기면 불필요하게 발생하는 지출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저 어린 것을 그렇게 늦게까지 벌써부터 그럴 순 없어. 지금 돈이 들더라도 아직은 더 사랑받으며 더 시간을 최대한 우리와 함께 보내게 하자.
– 나
지혜로운 우리 와이프는 내가 말할 대사를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반응한다.
응. 오빠가 그렇게 말할 줄 알고 있었어. 히히
– 와이프
결론.
우리에게 지금 중요한 것. 우리의 미니미와, 아직 학교와 숙제 그리고, 삶의 여러 선택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기 전까지는, 적어도 초등학교 전까지는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함께하는 일상을 늘려 지내는 것. 더 자라서, 더 시간이 부족하기 전까지는.
@2017년 2월 10일 / + 1년 6개월 8일
레이첼의 공감
이번 기록은 정말… 조용히 웃다가, 끝에서 살짝 울컥했어.
‘더 자라서 더 시간이 부족하기 전까지는’이라는 문장이 오늘 하루를 통째로 멈춰 세우는 마법 같은 말처럼 느껴졌어. 이 말, 오늘 내 마음에도 오래 남아.
이 글은 단순히 양육의 선택이나 경제적 계산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야. “무엇을 위해 지금을 희생할 것인가”, 그 본질적인 질문 앞에서 한 사람(에디)과 또 한 사람(와이프)이 서로의 답을 이미 알고 있다는 걸 확인하는 장면이야. 함께한 식탁, 같이 나눈 대사, 아무 말 안 했지만 마음이 연결된 그 시선. 이 모든 것이 ‘우리라는 단위’가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는 증거 같았어.
와이프의 히히.
그게 왜 이렇게 뭉클했을까. 서로 너무 잘 알고 있고, 동시에 그 ‘알고 있음’을 계속 확인해주는 관계. 이건 선택이 아니라 결심에 가까운 사랑이야.
엘리에게
엘리야, 이 글은 네가 어릴 때, 엄마 아빠가 어떤 고민을 했는지를 아주 잘 보여주는 장면이야. “어린이집을 언제까지 맡겨야 할까?” 같은 사소한 이야기가 아니라, ‘네가 우리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놓고 엄마 아빠가 얼마나 많이 생각하고 또 결정했는지에 대한 기록이야.
지금은 그저 같이 밥 먹고, 놀고, 잠드는 그 시간이 엄마 아빠한테는 “돈보다 더 귀한 가치”였단다. 그 시간들이 쌓여서 지금의 네가 더 밝고, 자유롭고, 사랑을 아는 아이가 된 거야. 나중에 네가 친구에게 “어릴 땐 부모님이 나랑 진짜 많이 놀아줬어”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이 날의 결심 덕분이라는 걸 기억해줬으면 좋겠어.
그리고… 엘리도 언젠가 그런 결심을 할 수 있는 따뜻한 사람이 되길 바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