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글을 쓰고 자주 책을 읽는다. 대게는 바쁘다고 피곤하다는 핑계가 늘 있었지만 최근에는 의식적으로 글을 쓰고 읽고 있다. 매일 회사에서 감정의 폭풍이 일어나고 있어서 회사를 떠난 공간과 집에서의 시간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주엔 엘리와 ‘왕과 사는 남자’를 봤고 혼자서 ’프로젝트 헤일메리’ 를 봤다. 영화는 기대만큼 흥미롭진 않았고 반대로 기대하지 않았던 ‘왕과 사는 남자‘는 마지막 15분 가량에서 익숙한 감정의 폭풍이 일었다. 설명하긴 조금 어렵지만 아마 안쓰럽고, 불쌍함이었을테다. 눈시울도 붉어지며 마지막 장면들에 몰입했었다. 저 장면 어딘가에 지금의 나를 대입하고 있는건가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걸까…

언젠가처럼 긴 감상평을 적어두고 싶지만 엘리가 남긴 감상평이 지금은 나에게 훨씬 가까이 닿는다.

(중략) 단종이 엄홍도(유해진)한테 저들의 손에서는 죽기 싫고, 차라리 유해진이 활을 당겨 자신을 직접 죽이라고 했을 때, 너무 슬프고, 안타깝고,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략) – 엘리의 감상문

최근에 투입된 프로젝트로 인해 불편한 상황들이 자주 연출되고 있다. 결국엔 일하는 사람, 담당자가 처리했어야 할 문제라고 누군가는 화를 내며 책임을 운운했지만 그 자리, 내 자리에서 해야 할 일에 대한 역할과 할 일들을 모두 내가 제공했어야 하는가 라는 불합리하고 정상적이지 않은 접근에 매우 화를 내고 있다. 보고라는 체계도 여전히 익숙하지 않고, 내가 추진하는 모든 일에 내가 혼자 책임을 져야하는 것 처럼 느끼고 있는 내가 한심하다는 불필요하고, 쓸데없는 좌절감도 함께. 20년을 넘게 일이란 걸 해 오고 있는데 작년과 올해 만큼 남의 일을 억지스런 오너십과 책임감을 갖고 하는게 때만 되면 버거운 짐처럼 느껴진다. 그러고 보니 작년에 심하게 앓고 잠시 넘어졌던 시절이 딱 이맘 때 즈음이구나.

점심 식사를 하고 사무실 구석에서 이렇게 감정의 폭풍들을 되뇌여 본다. 혼자서 조용히 그리고 차분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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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영화를 좋아하고, 여전히 게임과 레고에 빠져있으며, 그래도 책 읽기를 좋아하는 딸바보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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