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지만. 그래도.

녀석은 수영장에서 이제 목마를 태워주지 않는다며, 수영장에서라도 어부바와 목마를 태워달라고 했다. 생각해보니 이제 컷다는 이유로 해주지 않는 것들이 늘어나고 있음을 녀석의 투정으로 깨달았다.

아주 잠깐 물에서 목마를 하고 녀석을 안고서 수영장을 이리저리 걷다가 ’아빠가 이 세상을 떠나면 나도 떠날거야. 아빠가 이승에 있으면 나도 이승에 있고 아빠가 저승가면 나도 저승갈꺼야‘라며 녀석은 울먹이며 말했다. 우리는 수영장에서 별거 없이 물놀이를 했고, 녀석의 성장한 수영실력을 보며 감탄하고 장난치고 있었는데 갑자기 녀석은 그렇게 말했다.

그러면 불효라고 아빠가 없더라도 너는 행복하게 이 세상을 살아야 한다고 했지만 녀석은 울먹이며 싫다고 했다. 이 상황이 너무 감정적으로 복받쳐서 녀석을 더 꼭 끌어 안고서 녀석이 못 보게 나도 울먹이게 되었다. 표현이 쉽지 않지만, 마음이 아프면서도 서글퍼지는 감정을 나도 받아들이는게 쉽지 않았나보다.

오늘을 더 의미있게 살자.

오래오래 같이 여행다니며, 같이 시간을 보내자던 나의 다짐은 아직은 잘 지켜지고 있다. 7살부터 시작된 녀석과 단둘이 떠나는 여행은 벌써 손에 다 꼽기 어려운 횟수가 되었고, 이번 2박 3일 여행에서도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많이 나누고, 가까이 붙어서 둘만의 시간을 보내면서 여전히 녀석이 잘 자라고 있음을 실감한다.

녀석은 나의 감정도 잘 읽어내고 있고, 가끔은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말과 글도 쓸 줄 알게 되었다. 늘 미래의 언젠가에 대해서 약속을 지금도 하고는 있지만, 그래서 지키지 못하는 언젠가의 약속들도 늘어나고는 있지만, 그래도 우리는 여전히 함께 여행을 다니고 있다. 그러면서 녀석의 성장만큼이나 쌓여가고 있는 우리의 시간들을 나는 매번 기록하고 또 기록한다. 미래의 언젠가를 위해서 ‘희생’하고 ‘모아두는’ 기회보다는 오늘 쓸 수 있는 단 1시간의 동행을 여전히 나는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

미움받을 용기 마지막 챕터에 쓰여진 글처럼, 단지 심각해지지 않고 진지하게. 그래서,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그리고 몇 해 전 녀석이 작사한 노랫말처럼 ‘지금이 가장 중요해‘. 내일 보다 오늘을 더 의미있게 살자고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

– 25년 물놀이 여행을 마치며, 남양주의 어느 큰 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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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영화를 좋아하고, 여전히 게임과 레고에 빠져있으며, 그래도 책 읽기를 좋아하는 딸바보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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