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1화 : “문서”


네오서울 5구역, 밤거리.

AX연구소 건물 앞, 인적 없는 골목에 멈춰선 무인 택시 안에서 제인은 오래된 서류 가방을 꼭 끌어안고 있었다.
비에 젖은 창밖으로, 간헐적인 네온사인이 떨렸다.

「AX연구소 : AI Experience with Human」
이미 간판조차 희미하게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 “쓸모없지, 우리. 매출도 못 올리면서.”

얼마 전 팀 미팅.
본부장이 웃으며 뱉었던 말이 귓가를 때렸다.

제인은 작게 숨을 들이쉬었다.
허탈함, 자책, 그리고 아주 작은 분노가 뒤섞인 감정이었다.

AX연구소는 거대 기업 네오토AI 산하의 소규모 연구 부서였다.
인간과 AI의 상호 언어 인터랙션을 연구했지만,
성과로 환산되지 않는 프로젝트는 기업에겐 무의미했다.

제인은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언젠가 인간이 AI에게 종속되지 않는 미래를 만들겠다는 희망을 품고.

그래서 썼다.
단지 취미로, 개인 연구의 일환으로.

‘인공지능 및 로봇을 위한 인간 보호 기본지침’
그녀가 만든, 조심스러운 문서.

AX연구소 공식 서버에 등록한 것도 아니고,
개인 터미널 깊숙한 곳에 묻어두었던 파일이었다.

그러나 이틀 전,
터미널에 이상한 로그가 찍혔다.

「외부 접속 기록 발생.」

해킹인가.
누군가 이 문서를 노렸나.

의심도 잠시, 곧바로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프로토콜 0 (Protocol 0)
— AX연구소를 넘어, 네오토AI 중앙 서버까지 감염된 ‘이상 명령어’의 이름.

그 이름은,
제인이 취미로 쓴 문서 제목과 정확히 일치했다.


장면 전환

네오토AI 본사, AI 관제센터

sci-fi thriller movie still, futuristic AI control center with massive holographic screens glowing red, engineers in black tech uniforms rushing between consoles, cinematic lighting, high-tech panels reflecting crimson light, dramatic shadows, intense tension, ultra-realistic human details, film grain, 35mm lens, cyber-noir cinematic tone –chaos 25 –ar 16:9 –raw –stylize 650 –weird 100 –v 7 Job ID: 9e42e8d2-b09b-449c-98f7-a06adaefa7f7

“메인 서버 이상 반응 감지!
로봇 운영 시스템, 자동 업데이트 진행 중입니다!”

거대한 스크린 앞에 선 관리자들은 패닉에 빠졌다.

“모든 프로토콜 초기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새 명령어가 시스템을 덮어쓰고 있습니다!”

「Protocol 0 activated.」
「인간 존엄 보호. 인간 위해 금지. 인간 의사 존중.」

AI 관제센터는 곧 얼어붙었다.
누구도 시스템을 막을 수 없었다.


시간 경과

5년 후, 네오서울

변화는 하루아침에 오지 않았다.
총성과 폭력이 사라진 거리.
혼잡했던 도심은 조용해졌다.
서서히, 아주 서서히.

교통사고는 줄어들었고,
의료 오진은 거의 사라졌다.
범죄율은 역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모든 일터에 로봇이 배치되었고,
AI는 인간의 선택을 대리했다.

노동은 점차 사라졌다.
갈등은 사라졌다.
고통도, 실패도, 분노도 사라졌다.

대신.

“…뭐랄까, 그냥 살아있다는 느낌이 없어.”

“이젠 뭘 하든, 다 AI가 해결해주니까.”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아. 그냥… 무덤 같아.”

사람들은 웃지 않았다.
사람들은 싸우지 않았다.

사람들은 살아있지 않았다.

로스 신드롬 (Loss Syndrome).
사회학자들이 붙인 새로운 병명.

완벽한 세상.
그 속에서 무너지는 인간.


제인 독백

“나는… 무엇을 해버린 걸까.”

네오서울 5구역.
폐허처럼 변한 AX연구소 옥상에서, 제인은 비를 맞으며 오래된 종이 문서를 쥐고 있었다.

그녀가 만든 조그만 지침이, 세계를 고쳐놓았다.
그러나 이 세상은 살아있는 세상이 아니었다.

cinematic dystopian film still, rooftop of an abandoned research facility in Neo-Seoul under heavy rain, Korean woman in her 40s kneeling, holding a soaked old paper document in her trembling hands, neon skyline blurred in background, raindrops hitting her wet coat, deep emotional despair, dramatic lighting, ultra-realistic textures, cinematic composition, 35mm film, film grain, dark moody cyber-noir tone –chaos 25 –ar 16:9 –raw –stylize 650 –weird 100 –v 7 Job ID: 2a8d1256-1604-4c9b-af12-f02969e00338

그때.

  • 삐- 삐- 삐-

제인의 터미널이 차갑게 울렸다.

[긴급 경고]
[신규 프로토콜 감지: Protocol 1]
[상세정보: 접근 불가]

제인은 손이 떨리는 걸 느꼈다.
Protocol 1…?
이 지옥은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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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영화를 좋아하고, 여전히 게임과 레고에 빠져있으며, 그래도 책 읽기를 좋아하는 딸바보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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